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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ODM 산업 분석

by 똘초리 2024. 11. 9.

1. 인드브랜드와 ODM업체

화장품 산업의 공정은 제품 기획 및 개발 - 제품생산- 유통 및 판매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화장품 브랜드사는 기획 및 개발, 생산, 판매 등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대형 브랜드와 제품기획과  판매에 집중하는 인디브랜드드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대형 브랜드는 자체적인 대규모 생산시설, R&D센터, 유통망 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인디브랜드는 R&D 및 제품 생산 부분을 ODM/OEM업체에서 도맡아 해주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유통망만 있으면 누구든지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 할 수 있다. 이러한 화장품 산업의 구조를 봤을 때 인디브랜드들의 성장은 곧 ODM/OEM업체들의 성장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디브랜드들의 성장은 국내 ODM업체들에게 있어 양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 즉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현재와 같은 인디브랜드들의 전성시대 이전에 국내 ODM업체들은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같은 대형브랜드들의 매출비중이 비교적 컸다. 대형브랜드의 수주 같은 경우 비교적 단가가 낮은 OEM 수주인 경우가 많으며, ODM 수주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마진이 상당히 낮았다. 그 당시 ODM업체들에게 있어 대형브랜드사들의 수주는 기술을 인적 받고 네임밸류를 올리려는 목적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협상력은 대형 브랜드사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인디브랜드가 강세인 현재 ODM 업체들의 수익성은 과거대비 상당부분 개선 되었다. 자체적인 R&D센터가 없는 인디브랜드는 대부분이 ODM 수주이다. 이는 ODM업체로 하여금 더 높은 가격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주)코스맥스 (코스맥스 한국법인)의 경우 2018년 영업이익률이 3.3%에서 2021년 8% 후반까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는 프로아이팔레트와 가히 멀티밤 등 인디브랜드의 제품들이 멀티히트를 치며 동사의 이익률을 급격하게 올린 것이다.

화장품제조공정(좌) ODM,OEM 특징 비교(우)
코스맥스(주) 영업이익률

 

 


2. 인디브랜드의 성장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국내 인디브랜드사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은 국내 ODM업체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인디브랜드의 성장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러한 구조적인 성장이 지속적일 수 있을 지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1) 온라인채널과 H&B스토어의 성장

 

중소, 중저가 브랜드들의 이러한 성장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원브랜드샵이라는 비지니스 모델이 유행했던 시절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네이쳐리퍼블릭 등의 중저가 브랜드는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화장품 수요 증가에 따라 가파르게 성장하였다. 원브랜드샵은 단일브랜드 또는 단일업체의 화장품만을 판매하는 로드숍 점포로 당시에는 신규 오프라인 유통망을 만들기 어려운 신생 인디 업체들은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승하고,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함에 따라 온라인 채널이 급속하게 커졌고 신규 인디브랜드의 시장진입이 수월 해졌다. 원드랜드샵의 전성기 당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신규브랜드 런칭과 직영점을 위한 최소 자본과 유통망에 대한 네트워크,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망이 생긴 지금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손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전문 ODM업체를 통해 몇 달 안에 시제품에서 초도 물량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마녀공장, 클리오를 비롯한 여러 신규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국내 화장품 판매업자의 수는 약32000개로 2016년 대비 약 4배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온라인 유통망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신규 인디 업체들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원브랜드샵의 전성기 당시 국내 소비자들은 로드샵을 방문하여 제품을 구매하였다. 실질적으로 제품을 테스트 해보고 자신이 원하던 제품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매체의 발달에 따라 사람들은 이러한 정보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발달된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구매 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통망을 이용하게 될 경우 손쉽게 해외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노출시킬 수 있어 국내 인디브랜드사들은 국내 외로 추가적인 매출처를 확보 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좌) 원브랜드숍 점포수 추이(우)
전국 화장품 판매업자수

 

H&B 스토어 역시 국내 인디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했다. 앞에서 언급했다싶이 2015년 정도 까지 화장품 신규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것은 신규오프라인 점포를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브랜드 비지니스와 유통비지니스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브랜드 사업은 소비자의 기호와 트랜드를 분석하여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게 핵심이지만 유통 사업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과 동선을 파악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홛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신규 인디업체들이 이러한 두가지 핵심역량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실제로 클리오는 뛰어난 제품 개발 능력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원브랜드숍인 '클럽클리오'를 신규 오픈했다가 영업 적자를 보고 철수하였다. 이후 클리오는 온전히 제품 개발과 브랜드 빌딩에만 집중한 결과 현재 2023년 말 기준 338억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 하였다.

 

 

2015년경 부터 발달한 H&B스토어는 브랜드업체들의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고민들을 해결해 주었다. H&B스토어는 원브랜드 숍과 다르게 여러 브랜드의 업체들을 입점 시켜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각 브랜드들은 제품의 퀄리티에만 신경쓰면 되었다. 뿐만 아니라 H&B스토어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국내 인디 브랜드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실제로  CJ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가운데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브랜드의 절반 이상이 중소브랜드라는 점이 이러한 점을 방증해준다.

 

2020년 코로나 이후 방한 관광객은 급감하였다. 하지만 위드코로나 이후 방한관광객은 급증하여 작년에만 약 1070만명의 외국인이 국내를 다녀갔다. 팬데믹 이전(19년도) 약 1700만명이었던 국내 관광객 수를 고려해 볼 때 당분간 국내 관광객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한 외국인들의 국내 화장품 구매 경로 중 H&B스토어의 비중이 큰 만큼 국내 관광객이 증가하게 될 경우 국내 인디브랜드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리오 영업이익 추이(좌) 국내 방한관광객 추이(우)
방한 외국인 화장품 구매 경로

 

 

 

2) 개인 취향의 파편화와 고도화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 쇼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개인들의 취향은 파편화 되고 고도화 되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은 화장품의 성분, 원료,가격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을 제공해준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직접 오프라인 샵에 방문하지 않고도 다양한 제품들을 살펴보고 비교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화장품에 대한 방대한 양의 정보와 후기들은 사람들에게 각자 자신만의 화장품 취향을 만들어 주었다.

 

인디브랜드의 화장품 같은 경우 자기 브랜드만의 색깔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조선미녀'라는 화장품 브랜드 같은 경우 한방원료를 현대인에 맞게 재해석하여 한방 스킨케어 제품을 주로 만든다. 이는 역사에 기반한 한방과 과학에 기반한 기능성에 관심이 많은 미국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그에 따라 조선미녀의 매출은 2020년 매출 1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30억원 2022년 400억원 지난해 1400억원 등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소비자 취향의 파편화와 고도화는 국내외 인디브랜드들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있다.

 

조선미녀 매출액 추이(좌) 조선미녀 대표 화장품(우)

 

 

3)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Trading down 현상

 

화장품은 Prestige제품과 Mass제품으로 나누어진다. Prestige 화장품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높은 가격대의 브랜드이다. 화장품에 고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으며, 주로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판매된다. LVMH, 로레알, 디올, 입생로랑, 에스티로더 등이 대표적인 Prestige 브랜드이며, 해당 브랜드들은 색조화장품을 주력 라인업으로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Mass제품은 고급 이미지보다는 소비자의 취향을 중시하는 중저가의 브랜드이다. H&B 스토어, 온라인 커머스, 드럭스토어 등 다양한 유통 경로를 지니고 있어 다양한 소비자층을 고객으로 삼는다. 현재는 인디브랜드들이 Mass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Trading Down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에 따라 Mass제품인 중저가 인디브랜드의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Trading down 현상은 소비자들이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제품에 대해 보이는 저가 구매 성향을 말하는데, 세계적인 침체 분위기와 높았던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이 있는 인디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에 대한 수출 및 수입데이터의 ASP는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기 시작하던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외로 고가 화장품 보다 중저가형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는 것을 방증해준다.

인플레이션율(좌) 국내 화장품 수출 수입 ASP(우)

 

 

4) 국내 인디브랜드 제품들에 대한 해외 수요 증가

 

국내 화장품에 대한 해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수출 국가는 중국에서 중국이외의 지역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 수출 비중 내 중국의 비중은 2023년 기준 32.8%로 50%를 넘어서던 2021년 대비 감소하였다. 반면에  8% 수준에 머물던 미국 수출은 작년 기준 14.3% 수준으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및 동남아 지역으로의 수출 역시 증가하면서 전체 화장품 수출액의 증가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중국 외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에 따라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023년 전년대비 6.4%만큼 증가 하였으며, 2024년 7월까지 수출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7.8% 증가 하였다. 이러한 국내 화장품 수출을 견인한 것은 대형 브랜드사가 아닌 소형 인디브랜드사였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 기업규모별 화장품 수출 증감률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은 약 30.8% 성장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화장품 수출금액(좌) 1~7월 누적 수출금액(우)
2024년 상반기 기업규모별 화장품 수출 증감률(좌) 화장품 수출비중변화(우)

 

최근 수출지역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미국이다. 2020년 코로나 당시 약 4억8천만달러 수준이었던 미국향 화장품 수출액은 2023년 기준 1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2024년 7월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약 8억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7% 성장 하는 등 매우 놀라운 수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스킨케어 제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었고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다 보니 얼굴에 트러블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사람들은 피부 트러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K-POP이나 K-Drama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고운 피부를 보고 한국 스킨케어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실제로 한국 스킨케어 과정은 매우 세분화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서양에서의 스킨케어 과정은 클렌징 크림- 스킨 -로션 정도이다. 하지만 한국 같은 경우 클렌징크림- 스킨 - 에센스- 크림- 세럼- 아이크림 등으로 훨씬 세분화 되어있다.  한국의 스킨케어 화장품은 발달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의 영향력이 증가하게 되었다. 아마존, 월마트 등의 이커머스 내에서 많은 화장품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 발전에 따라 소비자의 온라인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는 국내 화장품 인디 업체들로 하여금 더 저렴한 마케팅 비용으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현재 국내 인디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은 미국 온라인 화장품 시장에서 매우 인기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7월16~17일 진행한 특히 이번 프라임데이 내내 최상위 카테고리인 Beauty&Personal Car에서 코스알엑스의 Snail Mucin 96% Essence(아모레퍼시픽), 라네즈의Lip Glowy Balm, Lip Sleeping Mask(아모레퍼시픽), 바이오던스의Bio-Collagen Real Deep Mask(뷰티셀렉션)이 판매 Top5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온라인 채널 입지 상승에 따라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오프라인 채널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인들의 화장품 구매 채널은 대형마트나 MBS(멀티 브랜드숍; H&B 채널 포함) 비중이 크다. 사실 한국 화장품 브랜드사들 가운데 미국향 매출이 높은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크레이버 (스킨1004), 아모레퍼시픽(코스알엑스) 등은 대체로 미국 내 아마존채널을 통해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미국 오프라인 채널들에 대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입점이 아직 미약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한국 화장품의 추가적인 성장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전세계 화장품 점유율(좌) 화장품 대미 수출액 추이(우)
2024년 상반기 기업규모별 화장품 수출 증감률(좌) 아마존프라임데이 순위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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